◆피부가 보송보송, 숯가마 찜질=수도권에서 쉽게 들를 수 있는 경기도 양평군 ‘양평임산’ 숯가마를 찾았다. 이 숯가마는 양평군 동쪽의 청운면 여물리에 자리잡고 있어 양평읍보다는 강원도 횡성읍과 지리적으로 더 가깝다. 교통체증이 없는 평일에는 서울에서 자동차로 6번 국도를 타고 1시간20분 정도 달리면 닿는다.

숯가마 터에 들어서자 참나무 타는 향긋한 냄새가 후각을 자극한다. 6개 숯가마 중 한 가마에서 김만배 사장과 임부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숯을 꺼내고 있고 또 다른 가마에서는 숯이 익으면서 발생하는 증기가 모락모락 피고 있었다.

숯가마 찜질은 숯을 빼내고 하루가 지나 가마 안 온도가 섭씨 1300도에서 200∼140도 정도로 떨어진 꽃탕과 이틀 정도 지난 중탕, 3일이 지난 하탕으로 나뉜다. 대부분 사람들이 꽃탕을 서너번 들어갔다 나온 뒤 중탕과 하탕에 들어가 쉬는 방식으로 찜질을 한다.

트레이닝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수건을 머리에 뒤집어 쓰고 꽃탕에 들어갔다. 나무문을 열자마자 열기가 얼굴로 확 몰려드는 느낌이다. 가마 안 바닥에는 나무판자가 놓여져 있고 실내는 스탠드등 하나만 켜 있어 어둡다. 7∼8명이 앉아 있는 가마 안으로 들어가 겨우 자리를 잡고 앉으려 했지만 나무판자가 너무 뜨거워 엉덩이를 붙이기 힘들다. 옆에 있던 한혜숙(47·여·양평군용문면)씨가 “이것 쓰세요”라며 조그만 박스를 건넸다. 박스 위에 앉으니 한결 낫다.

그러나 얼마 안가 팔꿈치와 무릎이 쑤시기 시작하고 기침까지 나온다. 침을 맞는 느낌이랄까. 주변 사람들이 “처음 들어오면 공기가 건조해 기침이 나오고 (몸에) 안 좋은 곳이 쑤신다”며 “좀 있으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괜찮아지긴. 조금 있으니 목과 어깨까지 침으로 콕콕 찌르는 것처럼 아프다. 이틀 동안 장거리 운전을 했기 때문일까.

가마 안에 들어간 지 3분쯤 됐을까. 얼굴에 흥건히 땀이 흐른다. 시간이 흐르니 고온은 견딜 만하다. 열기에 놀라 금세 돌아나가리라 작정했던 초심은 어느새 간 곳 없다. 먼저 들어와있던 사람들은 온몸으로 비오듯 땀을 흘리고 있건만 가마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식당을 한다는 최순이(55·여·강원도홍천읍)씨는 “이틀간 몸이 쑤셨는데 숯가마 찜질을 하니 몸이 가볍다”며 반소매 차림으로 찜질을 한다. 온몸이 땀으로 젖고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워 가마 밖으로 나왔다.

20∼30분쯤 지났을까. 머리속 시간 감각과 달리 시계를 보니 가마 안에 머무른 시간은 불과 6분. 가마 밖 평상에 앉아 숨을 깊게 들이쉬니 사뭇 상쾌하다.

숯가마 찜질은 꽃탕에서 서너번 해야 좋다는 단골들의 권유에 따라 다시 꽃탕에 들어갔다. 처음보다 덜 뜨겁다.

꽃탕을 나와 중탕에 들어갔다. 온도는 50∼60도 되는 것 같았지만 뜨거운 느낌은 들지 않았다. 나무판자에 누워보니 마치 온돌방에 누워 있는 것처럼 따뜻하고 아늑하다.

1시간 정도 찜질을 마치고 속옷을 갈아입자 샤워를 하지 않았는데도 피부가 보송보송하고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양평임산숯가마 김 사장의 부인 공정옥씨는 “숯가마 찜질을 한 뒤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다음날 아침에 하면 좋다”며 “처음 숯가마 찜질을 한 사람 중 일부는 몸이 아픈 경우가 있는데, 다시 숯가마 찜질을 하면 몸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영업시간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 가격 4000원. 흰 면 옷과 수건 필수. 옷과 수건 대여료 2000원. 숯 1㎏ 4000∼5000원. 목초액 2ℓ 5000원. (031)774-3533

◆삼겹살 6초 구이=식도락가들에겐 고기를 숯가마에 직접 구워 먹는 즐거움이 더 크다. 양평임산숯가마는 앞마당에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고 숯을 공짜로 준다. 주말이면 고기를 싸들고 온 가족 단위 손님들이 많다. 운이 좋으면 임부들이 숯가마 안에 부삽으로 넣어 살짝 구운 삼겹살을 맛 볼 수 있다. 삼겹살은 1300도 이상의 고온에서 6초 만에 익는다. 앞 부분 3초, 뒤집어서 3초. 삼겹살은 기름이 쫙 빠져 고소하기 이를 데 없다.

숯가마에서는 감자와 고구마도 구워 먹을 수 있다. 감자 또는 고구마를 은박지에 싼 뒤 부삽에 올려놓고 숯가마 앞에 20분 정도 놔두면 잘 익는다. 도심에서 사 먹는 군고구마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맛이 좋다.

횡성·양평=글·사진 신진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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